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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시오 디비나

[사도행전 6:8-15] 그 얼굴이 천사의 얼굴 같았다

신의피리 2025. 1. 23. 05:30
사도행전 6:8-15

8 스데반은 은혜와 능력이 충만해서, 백성 가운데서 놀라운 일과 큰 기적을 행하고 있었다. 9 그때에 구레네 사람과 알렉산드리아 사람과 길리기아와 아시아에서 온 사람으로 구성된, 이른바 리버디노 회당에 소속된 사람들 가운데에서 몇이 들고일어나서, 스데반과 논쟁을 벌였다. 10 그러나 스데반이 지혜와 성령으로 말하므로, 그들은 스데반을 당해 낼 수 없었다.
11 그러므로 그들은 사람들을 선동하여 “스데반이 모세와 하나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 것을 우리가 들었습니다” 하고 말하게 하였다.
12 그리고 백성과 장로들과 율법학자들을 부추기고, 스데반에게로 몰려가 그를 붙잡아서, 공의회로 끌고 왔다. 13 그리고 거짓 증인들을 세워서, 이렇게 말하게 하였다. “이 사람은 쉴새 없이 [이] 거룩한 곳과 율법을 거슬러 말을 합니다. 14 이 사람이, 나사렛 예수가 이곳을 헐고 또 모세가 우리에게 전하여 준 규례를 뜯어고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우리가 들었습니다.”
15 공의회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모두 스데반을 주목하여 보니, 그 얼굴이 천사의 얼굴 같았다.

 
교회 초기에 사도들은 주로 예루살렘의 대제사장들과 공의회 사람들에 의해 박해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예루살렘 사람들은 사도들과 공동체를 칭찬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갈등과 대립의 전선이 생겼습니다. 헬라 말을 구사하는 유대인들을 대표하여 뽑힌 스데반이 헬라 여러 지역에서 온 유대인들과 논쟁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스데반을 둘러싼 적대 세력이 형성된 것입니다.
 
논쟁으로는 이길 수 없음을 알게 된 그들은 사람들을 선동합니다. 스데반이 모세와 하나님을 모독하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합니다. 스데반이 모세와 하나님을 모독할 리가 없습니다. 해석의 문제입니다. 전통적으로 해석되어 오던 율법에 대해 스데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모세의 율법이 이제 완성되었음을 밝혔을 것입니다. 성전과 제사도 이제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변화되었음을 밝혔을 것입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스데반이 자신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율법과 규례, 성전과 제사를 허무는 것처럼 여겼을 것입니다.
 
진리를 사이에 두고 상대편과 논쟁하는 일은 참 피곤하고 어려운 일입니다. 쉬이 감정이 상하기도 하고, 상처를 받은 만큼 말로 상대를 상처주려고도 합니다. 내가 옳다면 상대는 그릅니다. 내가 그르다고 부정당하면 마치 나 자신이 부정당하는 느낌 때문에 상대의 존재를 제거하고 싶습니다. 압도적인 숫자로 상대를 몰아 제거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여하튼 논쟁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어렵습니다. 논쟁으로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일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다만, 때로 논쟁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얻지 못하더라도, 내가 믿는 진리가 옳다는 것을 입증해 내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해질 때가 있습니다. 입을 닫거나, 물러나 숨을 수가 없습니다. 스데반의 경우가 그랬을 것입니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일어납니다. 상대방들은 스데반을 제거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지만, 스데반의 목적은 그렇지 않습니다.
 
“공의회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모두 스데반을 주목하여 보니, 그 얼굴이 천사의 얼굴 같았다.”
 
예수 그리스도에 관하여 지식이 없는 이들을 향한 스데반의 마음은 분노도 적대도 아닙니다. 그러하기에 스데반의 영혼이 얼굴의 빛으로 드러납니다. 사람들이 보기에 스데반의 얼굴은 마치 천사와 같습니다.
 
은혜와 능력이 충만한 얼굴, 지혜와 성령이 충만한 얼굴, 예수로 충만한 얼굴,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선동하고 협박하던 사람들을 향하여서도 천사와 같은 얼굴을 하는 스데반의 영혼은 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조금만 나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을 인식하기라도 하면 낯빛이 어두워지고, 얼굴의 미세한 근육을 활용하여 멸시의 메시지를 보내는 데 능한 우리의 몰골을 보게 됩니다.  
 
주님, 제 얼굴은 제 마음의 상태를 표현합니다. 은혜와 성령으로 충만하게 하셔서, 어떠한 경우라도 천사와 같은 얼굴빛을 잃지 않게 하소서.

이탈리아, 슈비아코 스콜라스티카 수도원,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