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목자모임을 했습니다. 처음엔 한 달에 세 번을 집에서 모였지요. 4시간 이상을 모였어요. 점점 목장이 정착되면서 두 번으로 줄고, 언제부터인가는 한 달에 한 번 모였지요. 그나마 지난 여름 이후엔 야외에서 식사 모임으로 대체하다 보니 참으로 오랜만에 집에서 목자모임을 한 셈입니다. 목자들에게 많이 미안합니다.
목자들이 다 돌아갔습니다. 늦은 시간인데 피곤해 하지 않을까? 잠들기 전에 오늘 목자모임으로 인해 행복한 마음으로 감사하는 시간을 가질까? 혹시 내 말에 실수가 있어 목자들의 마음을 서운하게 한 일은 없을까? 어떤 목자는 얼굴에 근심이 보이던데 더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아닐까?.... 목자들이 떠난 후 상을 치우고, 쓰레기를 비우고, 설거지를 하면서, 이런저런 목자모임을 되새겨봅니다.
가만 가만 생각해 봅니다. 2009년 3월 처음 목장을 시작한 이래로, 우리 목자들이 정말 많이 수고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목장이 많이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숫자가 늘어나서 분가를 한 경우는 없습니다. 오히려 많은 지체들이 머물다 떠나기를 반복했지요. 그러나 그건 하나도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 목자들은 더 성숙해졌습니다. 사람과 미래와 결과에 대해 덜 두려워합니다. 덜 노여워합니다. 더 자족합니다. 모든 게 자기 노력보다는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에 달렸음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진짜 더 감사해 합니다. 표정과 그 내면의 모습들이 훨씬 더 편안해 보입니다. 정말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저들과 함께 공동체를 섬겼다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하고, 뿌듯합니다.
저들이 뿌린 섬김의 씨앗들이 분명 열매를 맺으리라 믿습니다. 어떤 지체의 마음 속에서, 사건 속에서, 근심염려 속에서, 목자들의 기도와 눈물과 섬김과 마음씀씀이가 뿌려져 자라고 있을 줄 믿습니다. 우리 목자들, 정말 사랑합니다. 많이 일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목자들과 깊이 교제할 수 있었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축복하고, 대화하고, 함께 놀고, 함께 하나님나라 꿈꿀 수 있었음이 좋았습니다. 12명의 목자들의 이름... 어이 잊을 수 있겠습니까?
2010/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