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1: 너는 들었는가? 네가 섬긴다고 하는 그 젊은이들의 그 무심한 이야기들을 들었는가? 네가 생명처럼 여기는 그 공동체에서 생명력도, 즐거움도, 따뜻함도, 거룩함도 못느낀다고 하더군. 그래서 떠나겠다고 하더군. 넌 실패자야.
자아 1: 그들이 아직 미숙해서 그렇게 판단한 것이지. 그들이 아직 믿음의 눈을 못 떠서 그렇게 생각한 것이지. 그들이 아직 그리스도의 사랑을 깨닫지 못해서, 자신을 포기할 줄 몰라서, 마냥 유치한 어린이들처럼 자기만 생각하니 그런 것이지. 내 잘못은 아니야.
자아 2: 그건 차라리 잘 된 일인지 몰라. 그들에게 어울리는 곳은 다른 곳에 있는지 몰라. 그러니 떠난 것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
자아 3: 너무 편리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냐? 굉장히 자기 합리화를 잘 하고 있군. 이건 네 책임이야. 네 책임이라구. 네 열정과 네 전략과 네 사랑과 네 지혜의 총합이 바로 이거야. 그 결실이 바로 이거라구.
자아 4: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건 없어. 그냥 냅둬도 돼. 언젠가 돌아오게 되어 있어. 안돌아오면 자기들 손해지. 내가 책임져야 할 건 없어. 인생은 책임이 아니야. 자유지. 내가 오늘 자유하기로 선택하는 자유, 그 자유로 살면 되는 거야. 구질구질하게 굴지 마.
자아 5: 사탄아! 네 뒤로 물러가라. 신앙은 책임 안에서의 자유야. 떠나겠다는 친구들에 대한 무한책임을 가지고 붙들어야지. 내가 짊어져야 할 거룩한 부담이라고 생각해야지. 그게 십자가의 의미야. 그게 제자의 길이야.
자아 6: 몰라, 몰라, 몰라, 몰라. 나한테 묻지 마. 나를 찾지 마. 몰라, 몰라, 몰라, 몰라. 나한테 묻지 마. 나를 찾지 마.
자아 7: 하나님만 바라볼 수밖에 없어. 난 하나님 앞에서 그저 하염없이 울고만 싶어져. 그런데 어디서, 어떻게 하나님을 찾지?
소리 2: 다 말했니? 이제 내가 말해도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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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에 수많은 소리들이 박터지게 싸웁니다. 서로 정죄하고 서로 방어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 소리들이 밖으로 튀어나와 무기를 취하면 그게 전쟁이 되나 봅니다.
어제 오늘 제 안에서 벌어진 작은 전투를 여기 지면에 재현해 봤습니다. 지면으로 지상중계를 해보니 상당히 우습군요. ^^ 실은 굉장히 치열했는데...^^
자아의 소리에 묻혀 있는 그 분의 소리에 우리의 마음의 영지를 내어 드려야 할텐데요... 그분의 소리가 우리 마음의 정원을 늘 은은하게 울려 펴져야 할텐데요..
2009/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