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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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 25:31-46 / 보잘 것 없는 이들을 향한 긍휼

마태복음 25:31-46 31 "인자가 모든 천사와 더불어 영광에 둘러싸여서 올 때에, 그는 자기의 영광의 보좌에 앉을 것이다. 32 그는 모든 민족을 그의 앞에 불러모아,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가르듯이 그들을 갈라서, 33 양은 그의 오른쪽에, 염소는 그의 왼쪽에 세울 것이다. 34 그 때에 임금은 자기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사람들아, 와서, 창세 때로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한 이 나라를 차지하여라. 35 너희는, 내가 주릴 때에 내게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나그네로 있을 때에 영접하였고, 36 헐벗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병들어 있을 때에 돌보아 주었고, 감옥에 갇혀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 할 것이다. 37 그 때에 의인들은 그에..

렉시오 디비나 2024.04.12

[제주안식11] present is present

초대를 받았다. 낄 자리가 아니지만, 특별히 하는 일도 없으니 염치 불고하고 가겠다 했다. 이성실 목사님이 교인 댁으로 심방 가는데 어쩌다가 심방대원이 됐다. 권사님은 원래 안양에서 태어나서 50년 넘게 사셨다 한다. 남편과 제주에 왔다가 애월에서 마당이 있는 180년 된 작은 집과 사랑에 빠졌다. 결국 집을 사서 눌러앉았다. 권사님은 유쾌한 분이다. 먹는 것을 사랑한다. 함께 즐겁게 사는 것을 좋아한다. 아직 젊은 듯한데(60대 초중반?) 2년여 전 남편이 암으로 쓰려졌고 먼저 천국에 갔다. 동네 골목 맨 끝자락에 자리한 그 작은 집에서 2년여를 혼자 사셨다고 한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오랫동안 남편과 함께 자던 침대에 눕지를 못하고 작은 방에서 잤다고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울었다..

마태복음 25:14-30 / 영적 나태병에 걸리면

마태복음 25:14-30 14 "또 하늘 나라는 이런 사정과 같다. 어떤 사람이 여행을 떠나면서, 자기 종들을 불러서, 자기의 재산을 그들에게 맡겼다. 15 그는 각 사람의 능력을 따라, 한 사람에게는 다섯 달란트를 주고, 또 한 사람에게는 두 달란트를 주고, 또 다른 한 사람에게는 한 달란트를 주고 떠났다. 16 다섯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곧 가서, 그것으로 장사를 하여, 다섯 달란트를 더 벌었다. 17 두 달란트를 받은 사람도 그와 같이 하여, 두 달란트를 더 벌었다. 18 그러나 한 달란트 받은 사람은 가서, 땅을 파고, 주인의 돈을 숨겼다. 19 오랜 뒤에, 그 종들의 주인이 돌아와서, 그들과 셈을 하게 되었다. 20 다섯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다섯 달란트를 더 가지고 와서 말하기를 '주인님, 주..

렉시오 디비나 2024.04.11

[제주안식10] 同行

정정조 집사님이 방문했다.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장장 11시간 동안 내게 제주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게 해 주셨다. 사려니숲을 두어 시간 걷고, 성산일출봉을 조망하며 올레길 2코스 일부 구간을 걸었다. 내가 있는 서쪽과는 또 다른 풍광이고, 좀 더 이국적이다. 오랜만에 섭지코지도 가보고, 동쪽 해안도로를 따라 하도-월정을 지나 함덕해수욕장까지 왔다. 늘 자동차를 타고 그냥 지나쳤던 구석구석을 정성껏 안내하셨고, 함덕해수욕장 가운데 있는 델문도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했다. 일부러 오셨다. 출장 오셨다가 그냥 가도 되는데, 일부러 하루 시간을 내셔서 오셨다. 내가 차 없이 지내고 있다고 하니, 일부러 제주 동쪽으로 안내하셨다. 반나절만 안내하고 가셔도 괜찮은데, 일부러 저녁까지 동행해주셨다. 일부러 시간..

마태복음 25:1-13 / 기름을 준비하는 삶

마태복음 25:1-13 1 "그런데, 하늘 나라는 저마다 등불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 2 그 가운데서 다섯은 어리석고, 다섯은 슬기로웠다. 3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불은 가졌으나, 기름은 갖고 있지 않았다. 4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자기들의 등불과 함께 통에 기름도 마련하였다. 5 신랑이 늦어지니, 처녀들은 모두 졸다가 잠이 들었다. 6 그런데 한밤중에 외치는 소리가 났다. '보아라, 신랑이다. 나와서 맞이하여라.' 7 그 때에 그 처녀들이 모두 일어나서, 제 등불을 손질하였다. 8 미련한 처녀들이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말하기를 '우리 등불이 꺼져 가니, 너희의 기름을 좀 나누어 다오' 하였다. 9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이 대답을 하였다. '그렇게 하면, 우리에게나 ..

렉시오 디비나 2024.04.10

[제주안식9] 참소하는 목소리 vs. 현존하라는 목소리

색다른 아침을 맞고 싶었다. 차를 반납하는 날이니 어차피 제주시로 가야 한다. 차를 가지고 새미은총의동산으로 간다. 어제 오후 아내와 가려고 했는데 아내 몸이 안 좋아 가지 못했다. 혼자 가서 기분이라도 낼 겸 출발한다. 아침 8시라 아무도 없다. 혼자 드넓은 은총의 동산을 거닌다. 2천 년 전 십자가에 희생당하신 예수님의 그 죽음이 어쩌다 내 인생과 만나게 된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신비다. 의심 많은 도마와 같은 내게는 더더욱 신비다. 내 몸과 마음이 정결하게 되기를, 오로지 하나님의 임재에 머물고 하나님을 아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들기를, 그래서 이 괴로운 슬픔과 외로움이 잊히기를. 실은 은총의동산보다도 카페이시도로가 내 진정한 목적이다. 8:30부터 카페가 오픈한다. 늘 느끼는 거지만 한국 가톨릭..

마태복음 24:45-51 / 청지기의 삶

마태복음 24:45-51 45 "누가 신실하고 슬기로운 종이겠느냐? 주인이 그에게 자기 집 하인들을 통솔하게 하고, 제 때에 양식을 내주라고 맡겼으면, 그는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46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하고 있는 그 종은 복이 있다. 47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48 그러나 그가 나쁜 종이어서, 마음 속으로 생각하기를, '주인이 늦게 오시는구나' 하면서, 49 동료들을 때리고, 술친구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면, 50 생각하지도 않은 날에, 뜻밖의 시각에 그 종의 주인이 와서 51 그 종을 처벌하고, 위선자들이 받을 벌을 내릴 것이다.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가는 일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질문을 던진다. 그에 대해 주님..

렉시오 디비나 2024.04.09

[제주안식8] 사랑은 아픈 바람이다

아내는 하루종일 몸이 무거워 보인다. 표정은 그늘졌다. 불안감이 느껴진단다. 오전에 짐 싸들고 나갔다가 점심때 다시 숙소로 들어왔다. 좀 쉬었다가 회복한 후, 다시 짐을 챙겨 나간다. 아내는 저녁때 김포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비가 오니 어디 걷지도 못한다. 애월 카페거리를 갔다가 기념품 가게에 들려 소소한 선물들을 함께 골랐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아내가 집에 가기 전 '고기국수'를 꼭 먹고 싶어 했다. 두어 군데 식당을 찾아갔다가 실패한 후 세 번째 집을 만났다. 말로만 듣던 돔베고기를 먹었다. 이제 더 이상 제주토속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겠다. 충분히 만족한다. 공항 근처 카페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낸다. 여전히 아내의 표정이 밝지 않다. 아내는 표정이 정직하다. 밝음과 흐림이 분명하다. 얼굴 표..

마태복음 24:36-44 / 노아의 때와 같이

마태복음 24:36-44 36 "그러나 그날과 그 시각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모르고,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이 아신다. 37 노아의 때와 같이, 이 인자가 올 때에도 그러할 것이다. 38 홍수 이전 시대에,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는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가고 시집가며 지냈다. 39 홍수가 나서 그들을 모두 휩쓸어 가기까지, 그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였다. 인자가 올 때에도 그러할 것이다. 40 그 때에 두 사람이 밭에 있을 터이나,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41 두 여자가 맷돌을 갈고 있을 터이나,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42 그러므로 깨어 있어라. 너희는 너희 주님께서 어느 날에 오 실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43 이것을 명심하여라. ..

렉시오 디비나 2024.04.08

[제주안식7] 내가 좋아?

차귀도 뒤로 해가 넘어간다. 마침 그 시간, JP가 그 일몰 장면을 목격한다. 그냥 눈으로만 보기엔 아까운지 카메라에 담는다. 카메라에 담긴 사진은 눈에 담긴 장면보다 못하다. 대개 그렇다. 해가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이제 안식을 목전에 두고 마지막 힘을 낼 때, 마침 배가 지나고 배행기가 지나면서 풍경을 더 아름답게 꾸민다. 나는 일몰의 순간을 주목하는데, 누군가는 일몰의 순간을 주목하는 나를 주목한다. ss는 자아를 잊은 jp를 주목하고 jp는 늘 ss를 주목한다. 누군가가 나를 주목하고 있다는 인식, 그것도 나를 좋아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인식은 나를 긍정하는 힘이다. 결혼 25주년이 되었다. 빠르다. 문득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 좋아?" 그녀는 까르르 웃는다. "내가 왜 좋아?"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