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에 대한 내 감정은 복잡다단하다. 쓸쓸함이라고 해야 할까, 애달프고 구슬프다. 1993년 1월 8일, 눈 덮인 인제에 첫 발을 내디뎠다. 1월 5일 강원도 춘성 102 보충대에 입소하고 3일 후 22사단을 배정받아 버스를 타고 고성으로 출발했다. 앞으로 펼쳐질 군생활에 대한 두려움, 홀로 감당해야 할 쓸쓸함, 고향으로부터 가장 먼 곳으로 떠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나는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출발하는 날 눈이 내렸다. 크고 넓은 소양강을 구불구불 돌아 마침내 고개 하나 넘으니 마녀가 살 것 같은 산속 마을이 나타났다. 잠시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그땐 거기가 어딘지 몰랐고, 나중에야 인제라는 것을 알았다. 강원도 깊숙한 산골 훈련소로 가던 길 중간, 잠시 쉬었던 곳이 인제였다.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