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안식월 제주한달살기

[제주안식7] 내가 좋아?

신의피리 2024. 4. 7. 23:08

차귀도 뒤로 해가 넘어간다. 마침 그 시간, JP가 그 일몰 장면을 목격한다. 그냥 눈으로만 보기엔 아까운지 카메라에 담는다. 카메라에 담긴 사진은 눈에 담긴 장면보다 못하다. 대개 그렇다. 해가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이제 안식을 목전에 두고 마지막 힘을 낼 때, 마침 배가 지나고 배행기가 지나면서 풍경을 더 아름답게 꾸민다. 

차귀도 일몰

 

나는 일몰의 순간을 주목하는데, 누군가는 일몰의 순간을 주목하는 나를 주목한다. ss는 자아를 잊은 jp를 주목하고 jp는 늘 ss를 주목한다. 누군가가 나를 주목하고 있다는 인식, 그것도 나를 좋아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인식은 나를 긍정하는 힘이다. 

차귀도 일몰

 

결혼 25주년이 되었다. 빠르다. 문득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 좋아?" 그녀는 까르르 웃는다. "내가 왜 좋아?" 더 큰 소리로 깔깔깔 웃는다. 진짜 내가 좋은가보다. 

차귀도 일몰
제주곶자왈도립공원, 가시나무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