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순례, 그 땅을 걷다 27

일상순례자2_잠

잠 가만히 계산해 보면 인간은 평생 주어진 시간 중에 대략 3분의 1을 잠자는 시간으로 보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쉼의 시간입니다. 깨어 일하고, 잠들어 쉬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입니다. 우리 주님도, 사도들도 모두 낮엔 일하고 밤엔 잠을 잤습니다. 잘 자는 게 영성의 시작입니다. 푹 자는 게 맑은 영성의 기초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푹 자는 날보다 불면의 밤을 보낼 때가 더 많아집니다. 부족한 잠에 피로가 쌓이고, 약을 먹어야 잠을 청할 수 있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밤이 되면 졸음이 오고 졸음이 오면 자는 게 자연스러운 이치이건만, 잠못 드는 우리의 몸과 영혼이 날로 피로해집니다. 그러면 기도도 힘들고 침묵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말씀을 명민하게 깨닫는 것도, 다른 이웃을 돌보고 섬기는 일도 어려..

일상순례자1_일상

일상[日常] - 매일 반복되는 보통의 일 멀리 떠났다가 다시 내 삶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특별한 것을 보다가 다시 익숙한 것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황홀한 경험을 잠깐 누리다가 다시 일상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일상, 내게 주어진 소명의 자리입니다. 일상을 잘 산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을 말하는 걸까요? 잘 때는 깊이 잠들고, 먹을 때는 감사히 먹고, 놀 때는 신나게 놀고, 일할 때는 성실하게 일하고, 대화할 때는 진실하게 듣고 말하는 것이겠지요. 이런 일상 안에 '의와 화평과 희락'이라는 하나님나라의 보화가 깃들게 되는 것 아닐까요? 성지순례를 마쳤습니다.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은 탓인지, 주일 새벽 4시에 눈이 떠진 이후 정신이 말똥말똥하여 잠시 묵상에 잠깁니다. 문득 "일상순례"라는 단어가 떠오릅..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15

15 - 시편 134편 와서 하나님을 찬양하여라, 너희 모든 하나님의 종들아! 하나님의 집에서 밤새도록 일하는 너희 하나님의 제사장들아, 성소를 향해 손을 들고 찬양하여라. 하나님을 찬양하여라. 그리하여 하늘과 땅을 지으신 하나님, 시온의 하나님께서 너희에게 복을 주시기를! ------------------- 묵상과 기도 이제 내려가야 할 때입니다. 성전을 떠나, 왔던 곳, 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성전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달라진 게 있습니다. "말"이 달라졌습니다. 한탄이 찬양으로 바뀌었습니다. 불평이 감사로, 공허함이 희열로, 우울과 단절이 찬송으로 바뀌었습니다. "득음"을 갈구하며 떠났는데 언제 어느새 나도 모르게 찬양이 터져나옵니다. 다시 고된 삶의 자리로 돌아가는 순례자님! 어디에 ..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14

14 - 시편 133편 얼마나 멋진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형제자매들이 어울려 지내는 모습! 아론의 머리에 부은 값진 기름이 머리와 수염을 타고, 그의 수염을 타고, 그의 제사장 예복 깃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 같구나. 헤르몬 산의 이슬이 시온의 비탈길을 따라 흘러내리는 모습 같구나. 그렇다. 그곳이 하나님께서 복을 내리시고 영생을 베푸시는 현장이다. ---------------- 묵상과 기도 순례의 종착지는 단순한 도시가 아닙니다. 단순한 건물이 아닙니다. 단순한 의례가 아닙니다. 순례의 종착지는 '공동체'입니다. 단절한 관계가 다시 이어지고, 엇갈리던 시선들이 서로 마주하게 됩니다. 그렇게 동무가 되고 웃음꽃이 피고 축복의 관계로 깊어질 때, 비로소 하나님의 복이 완성되어 갑니다. 순례 여정이 가져다..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13

13 - 시편 132편 오 하나님, 다윗을 기억하소서, 그의 노고를 기억하소서! 그가 하나님께 약속한 일을 기억하소서. 야곱의 강하신 하나님께 그가 맹세했습니다. “나, 집에 가지 않겠습니다. 잠자리에 들지 않겠습니다. 잠도 자지 않고 쉬지도 않겠습니다. 야곱의 강하신 하나님께 집을 마련해 드리기 전까지는.” 기억하소서, 우리가 그 소식을 에브라다에서 처음 접하고 야알 초원에서 자세히 듣던 날을. 우리는 소리쳤습니다. “헌당식에 참석하자! 하나님께서 그분의 발판 삼으신 곳으로 가 그분께 경배드리자!” 일어나소서. 하나님, 주님의 새 안식처에 드소서. 주님의 강력한 언약궤와 함께 드소서. 주님의 제사장들로 정의를 갖추어 입게 하시고 주님을 경배하는 이들을 이 기도를 읊게 하소서. “주님의 종 다윗을 높여 ..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12

12 - 시편 131편 하나님, 나는 대장이 되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으뜸이 되고 싶지도 않습니다.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았고 거창하고 허황된 꿈을 꾸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발을 땅에 디디고 마음을 고요히 다잡으며 살았습니다. 엄마 품에 안긴 아기가 만족하듯 내 영혼 만족합니다. 이스라엘아, 하나님을 기다려라. 희망을 품고 기다려라. 희망을 가져라! 언제나 희망을 품어라! ----------------------- 묵상과 기도 아기의 유일무이한 만족이 무엇이겠습니까? 엄마 품, 포근한 엄마 품입니다. 하나님의 자녀의 유일무이한 만족이 무엇이겠습니까? 하나님 아버지 품입니다.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의 시선, 힘 있는 팔, 심장이 약동하는 생명의 가슴에 우리 영혼이 기댈 수 있다면, 이 세상에서 얻고 누릴 수..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11

11 - 시편 130편 하나님, 도와주소서. 이 몸, 바닥 모를 수렁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주님, 도움을 구하며 부르짖으니 들어주소서! 귀를 기울이소서! 귀를 열어 들어주소서! 자비를 구하며 부르짖사오니 들어주소서. 하나님, 사람의 과오를 주께서 일일이 책망하시면 살아남을 자 누구이겠습니까? 그러나 주님은 용서가 몸에 밴 분이시니, 주께서 경배 받으시는 까닭입니다. 기도로 살아온 인생, 내가 하나님께 기도드리며 그분의 말씀과 그분이 행하실 일을 기다린다네. 나의 주 하나님께만 의지한 이 몸, 아침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앙망하네. 아침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앙망하네. 오 이스라엘아, 하나님을 기다리고 앙망하여라. 하나님이 오시면, 사랑이 오고, 하나님이 오시면, 풍성한 구원이 임한다. 참으로 그렇다. ..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10

10 - 시편 129편 "저들은 어렸을 적부터 날 괴롭혀 왔지." 이스라엘의 말이다. "저들은 어렸을 적부터 날 괴롭혀 왔지만, 결코 날 쓰러뜨리지는 못했지. 저들의 농부들이 내 등을 쟁기질해 긴 고랑을 파 놓았지만, 하나님께서 좌시하지 않으셨고 우리 편이 되어 주셨지. 하나님께서 저 악한 농부들의 쟁기를 산산조각내 버리셨지." 오, 시온을 미워하는 자들이 모두 바닥에 고꾸라져 설설 기게 되기를. 얄팍한 땅 위에 돋은 풀처럼 추수 전에 시들어 버리기를. 일꾼들이 수확하기 전에, 추수하는 이들이 거두어들이기 전에, 이웃들이 "엄청난 수확이군, 축하하네! 하나님의 이름으로 축복하네!" 하며 떠들 일 없게. ------------- 묵상과 기도 고난이라는 씨앗이 저절로 은혜의 나무로 자라나지는 않습니다. 고난..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9

9 - 시편 128편 하나님을 경외하는 모든 이여, 얼마나 복된가? 쭉 뻗은 그분의 대로를 걸으며 얼마나 행복한가! 수고를 다했으니 모든 것은 당연히 네 몫이다. 복을 한껏 누려라! 행복을 마음껏 즐겨라! 포도나무가 포도 열매를 맺듯 네 아내가 자녀를 낳을 것이요, 네 가정은 우거진 포도밭 같을 것이다. 식탁에 둘러앉은 네 자녀들은 올리브나무 가지 새싹처럼 푸르고 싱싱하리라.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선하신 하나님 앞에 서라. 오, 복되도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이여! 예루살렘에서 행복을 누려라, 평생토록. 손자손녀를 보며 행복을 누려라. 이스라엘에게 평화가 있기를! --------------------- 묵상과 기도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는 가정을 "선물"로 받습니다. 배우자와 자녀를 하나님의 선물로 받는다..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8

8 - 시편 127편 하나님이 지어 올리시지 않으면 집 짓는 자들이야 기껏 판잣집이나 지을 뿐, 하나님이 성을 지켜 주시지 않으면 파수꾼이야 밤에 있으나 없으나 매한가지.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 잠자리에 들며 노심초사 뼈 빠지게 일해 봐야 모두 헛수고. 알아 두어라. 그분께서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쉼 주시길 좋아하는 분이시다. 알아 두어라. 자녀는 하나님이 주시는 최상의 선물, 태의 열매는 그분이 후히 내리시는 유산이다. 젊고 건강한 시절에 낳은 자녀는 전사의 손에 들린 화살과 같다. 오, 화살통에 자녀들이 가득한 부모는 얼마나 복된지! 원수들은 너희 상대가 되지 못하고, 너희에게 초전 박살나리라. -------------------- 묵상과 기도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집 짓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