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세미한 소리를 듣다

주의 징벌을 당하며

신의피리 2011. 6. 14. 17:26



여호와여 주의 징벌을 당하며
주의 법으로 교훈하심을 받는 자가 복이 있나니
시편 94편 12절

아버지께서 지난 6월7일(화) 오후 3시30분 즈음, 마지막 숨을 거두셨다.
그 화요일 오후가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아무도 몰랐다.

지난 4월 27일(수), 병원 검사 결과를 누나가 통곡하며 전화해왔다. 암 말기란다.
그리고 불과 40여일인데, 그렇게나 일찍 아버지는 우리 곁을 떠나가셨다.

아산병원을 모시고 다니며 검사 받으시던 나날이 눈에 선하다.
한 달 밖에 사실 수 없다는 의사의 말이 귀에 쟁쟁하다.
집을 떠나 호스피스병동으로 옮겨 가시던 그 절망의 날이 아직 또렷이 기억난다.

목요일 입원하시자마자 아버지는 거의 잠만 주무셨다.
우라질...그 몰핀 때문이다...
3주를 거의 못주셨기에, 우리 가족은 그냥 그렇게 잠만 주무시던 아버지를 보기만 했다.
주일 밤엔 내가 아버지 곁을 지킬 차례다.
아버지의 숨 소리가 매우 거칠어졌다. 발 등이 부어 올랐다. 배가 불룩 솟아 올랐다.
그 밤을 지새우며, 펼쳐든 말씀이 시편 94편이다. 12절에 저 구절이 있었다.

월요일 아침, 억지로 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워 1시간 여 병동을 돌아다녔다.
아버지는 잠든 사이사이 말을 붙이면 짧게, 그러나 흐린 목소리로 대답하셨다.
화초 가꾸기를 좋아하셔서,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곳에 아버지를 모시고 갔다.
또 주무신다.
혹시 마지막일지 몰라, 살짝 뒤로 가 사진을 찍었다.

휠체어를 밀면서 나지막하게 찬송가를 불러드렸다.
아버지께서 불쑥 한 말씀 하신다.
"예배 언제 드리냐?"
그 다음 날 아버지는 세 번에 걸쳐 기도를 받았다.
마치 그 날이 마지막이라도 되는 듯이, 
아침 점심 오후에 걸쳐 사람들이 기도하러 왔고 아버지는 물리치지 못했다.
마지막 예배에 나도 있었다. 아버지 다리를 주물러드리면서 내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간호사실에 잠시 다녀온 사이
아버지는 어머니와 목사님의 찬송 소리를 듣던 중 호흡을 멈추셨다.

그 날, 그 병원, 그 병실
아버지의 몸은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어갔다.
손이 차가워졌다. 얼굴도 차가워졌다.
어머니는 한 쪽 편에서, 나는 이 쪽 편에서 통곡하고 통곡하고 또 통곡했다.

가슴이 저려온다.
후회가 밀려온다.
잘 해드리지 못해,
살갑게 막내 아들 노릇하지 못해,
더 신앙생활을 권면하지 못해,
그 고통과 공포를 경감시키지 못해,
아버지 생명을 며칠이라도 더 연장시키지 못해,
나는 죄인이 되었다.
깨닫지 못한 어리석음에 대한 댓가로
나는 주의 징벌을 받는다.

제기랄..
징벌을 받으며 주의 법으로 교훈을 받는 자가 복이 있다니...
이 슬픔 속에 징벌이 있고,
징벌을 받으며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
후회하며 뒤늦게 내 어리석음을 깨닫다니...
아버지를 잃고 나서야 깨닫다니...
정녕, 이 방법 밖에는 다른 길이 없었던 걸까?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부디 천국에 계셔야 해요.
하나님께 영혼을 부탁하며 숨쉴 힘을 놓으신 거 맞으시죠?
내가 아버지 마지막에 찬송 불러 드렸어야 했는데...
내가 아버지 마지막에 기도했어야 했는데...

너무 후회가 되요.
너무 후회가 되요.
내 징벌이 너무 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