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렉시오 디비나

시편 6:1-10 / 나를 고쳐 주십시오

신의피리 2024. 5. 7. 08:15
환난 때의 기도
지휘자를 따라 팔현금에 맞추어 부르는 다윗의 노래

주님, 분노하며 나를 책망하지 마십시오.
진노하며 나를 꾸짖지 마십시오.
주님, 내 기력이 쇠하였으니,
내게 은혜를 베풀어 주십시오.

내 뼈가 마디마다 떨립니다.
주님, 나를 고쳐 주십시오.
내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떨립니다.
주님께서는 언제까지 지체하시렵니까?

돌아와 주십시오, 주님. 내 생명을 건져 주십시오.
주님의 자비로우심으로 나를 구원하여 주십시오.
죽어서는, 아무도 주님을 찬양하지 못합니다. 
스올에서, 누가 주님께 감사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탄식만 하다가 지치고 말았습니다.
밤마다 짓는 눈물로 침상을 띄우며, 내 잠자리를 적십니다.
사무친 울화로, 내 눈은 시력까지 흐려지고,
대적들 등쌀에 하도 울어서 눈이 침침합니다.

악한 일을 하는 자들아, 모두 다 내게서 물러가거라.
주님께서 내 울부짖는 소리를 들어 주셨다.
주님께서 내 탄원을 들어 주셨다.
주님께서 내 기도를 받아 주셨다.

내 원수가 모두 수치를 당하고, 벌벌 떠는구나.
낙담하며, 황급히 물러가는구나.

 

"내 뼈가 마디마다 떨립니다."

"내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떨립니다."

 

다윗의 고통의 원인이 무엇일까? '내 원수/악한 일을 하는 자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사람인가, 질병인가, 상황인가, 악마인가. 다윗에게 고통을 가져다주는 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다윗은 몸과 마음이 모두 아프다. 

 

"대적들 등쌀에 하도 울어서 눈이 침침합니다."

 

다윗에게 나타난 증상이다. 그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밤새 눈물만 흐른다. 하도 울어서 눈이 아프고 침침해질 정도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울었을까. 얼마나 슬펐으면 울었을까. 다 큰 사내장부가 무슨 일로 이렇게 울었을까? 스올의 냄새를 맡았을까? 도망 다니는 신세가 처량했을까? 고독했을까? 

 

"내게 은혜를 베풀어 주십시오."

"나를 고쳐 주십시오."

"내 생명을 건져 주십시오."
"나를 구원하여 주십시오."

 

다윗은 청원한다. 하나님에게 구한다. 죽음의 문턱에서 소생시켜 달라 한다. '주십시오.' '주십시오.' '주십시오.' 기도의 시작이다. 내 힘으로는 도저히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고, 고칠 수 없고, 살 수 없다. 위에 계시는 분, 안에 계시는 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늘 동행하시고 보호하시는 내 하나님, 그분이 내 삶에 개입하여 나를 도우셔야 할 때다. '주십시오.' 

 

"들어 주셨다."

"받아 주셨다."

 

다윗은 '주십시오'라는 말로 기도를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주셨다'로 기도의 문장이 전환되었다. 기도 중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게 된 것일까? 하나님의 뜻이 자신의 삶에 이루어질 것을 믿음으로 깨닫게 된 것일까? 그가 살아낼 미래는, 실은 주님 안에서 언제나 응답의 과거문장으로 엮여 있는 것인가. 다윗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을 회상하면서 기도한 것인가. 그의 기도는 어찌하여 시간의 시제가 뒤죽박죽인 것인가. 시간을 지으시고 다스리시는 하나님 안에서는 이 모든 것이 신비인 것인가. 진정으로 기도하는 이는 자신의 현재적 고통을 치유의 과거로 받아들일 줄 아는 믿음과 소망을 갖게 되는 것인가. 

 

지난밤도 눈물로 밤을 지새웠을 내 친구를 위해 기도한다. 

지난밤도 수면제 없이는 잠 들지 못하는 내 어머니를 위해 기도한다.

지난밤도 죽음의 문턱에서 낫기를 갈망하며 '주십시오'를 수만번 되뇌이다 겨우 잠든 이를 위해 기도한다. 

지난밤도 불안으로 인해 잠을 설쳤을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

 

주님, 내 눈물을 그치게 해 주십시오. 내 고난을 지나가게 해주십시오. 주님의 주님되심을 모두가 알게 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