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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렉시오 디비나

[마태복음 26:57-68] '멀찍이' 따르며 '틈에' 숨은 자

신의피리 2024. 4. 19. 07:14
마태복음 26:57-68

57 예수를 잡은 사람들은 그를 대제사장 가야바에게로 끌고 갔다. 거기에는 율법학자들과 장로들이 모여 있었다. 58 그런데 베드로는 멀찍이 떨어져서 예수를 뒤따라 대제사장의 집 안마당에까지 갔다. 그는 결말을 보려고 안으로 들어가서, 하인들 틈에 끼여 앉았다.
59 대제사장들과 온 공의회가 예수를 사형에 처하려고, 그분을 고발할 거짓 증거를 찾고 있었다. 60 많은 사람이 나서서 거짓 증언을 하였으나, 쓸 만한 증거는 얻지 못하였다.
그런데 마침내 두 사람이 나서서 61 말하였다. "이 사람이 하나님의 성전을 허물고, 사흘 만에 세울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62 그러자, 대제사장이 일어서서, 예수께 말하였다. "이 사람들이 그대에게 불리하게 증언하는데도, 아무 답변도 하지 않소?"
63 그러나 예수께서는 잠자코 계셨다.
그래서 대제사장이 예수께 말하였다. "내가 살아 계신 하나님을 걸고 그대에게 명령하니, 우리에게 말해 주시오. 그대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요?"
64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당신이 말하였소. 그러나 내가 당신들에게 다시 말하오. 이제로부터 당신들은, 인자가 권능의 보좌 오른쪽에 앉아 있는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보게 될 것이오."
65 그때에 대제사장은 자기 옷을 찢고, 큰 소리로 말하였다. "그가 하나님을 모독하였소. 이제 우리에게 이 이상 증인이 무슨 필요가 있겠소? 보시오, 여러분은 방금 하나님을 모독하는 말을 들었소. 66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오?"
그러자 그들이 대답하였다. "그는 사형을 받아야 합니다."
67 그 때에 그들은 예수의 얼굴에 침을 뱉고, 그를 주먹으로 치고, 또 더러는 손바닥으로 때리기도 하며, 68 말하였다. "그리스도야, 너를 때린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맞추어 보아라."

 

"대제사장들과 온 공의회가 예수를 사형에 처하려고, 그분을 고발할 거짓 증거를 찾고 있었다."

 

그들은 정직 재판을 열기 전에 이미 판결을 내려 놓은 상태 아닌가. 예수에게 유죄를 선고했고 사형이라는 처벌을 결정해 놓았다. 수많은 백성들이 그를 따르는 것이 못 마땅했기 때문이다. 예수의 가르침에 대한 시기가 그들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유지해 왔던 자신들의 성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한 사람 예수를 제거하려 했다. 긴급 재판이 열렸다. 이제 사형에 처할 거짓 증거를 만들어내면 된다. 이미 거짓 증언을 할 사람들은 다 준비되었다. 하나의 거대한 연극이 진행될 것이다. 사형에 처할 유죄가 되려면 '하나님을 모독하는 발언'을 찾으면 된다. 법 기술자 대제사장은 예수님을 유도신문한다. 

 

"그대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요?"

 

이미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믿고 고백했다. 심지어 귀신들조차 인정했다. 예수께서는 다니엘 예언자의 말로 대신한다.

 

"인자가 권능의 보좌 오른쪽에 앉아 있는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형식적 재판은 끝나고, 사형이 선고된다. 이제 죄수가 된 예수를 모질게 대한다. 예수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주먹으로 손바닥으로 때린다. 희롱한다. 불법적 재판을 열고 비논리적 판결을 내려놓고서는 이제 최고의 악인이라도 된 듯 낙인을 찍고 혐오하고 온갖 못된 짓을 해댄다. 그들은 그것이 정당하다고 믿었을 것이다. 하나님 편에 서서 하나님을 지키는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 삼았을 것이다. 그 허위 밑에 기득권을 지키려는 욕망, 기득권 동맹관계 하에서 떨어지는 떡고물로 생계를 유지하는 하급 관료들의 욕망, 그 모든 욕망들이 거짓 세력으로 뭉쳐 진리와 생명을 대적한다. 

 

예수님을 지켜줄 세력이 없다. SNS도 없다. 가짜 소문을 양산하는 이들만 무성하니 백성들은 그 소식에 속아넘어갈 뿐이다. 

 

그 모든 끔찍한 일이 진행되는 동안, 절대로 스승을 버리지 않겠다고 큰 소리 치고, 품고 있던 칼을 꺼내 호기롭게 휘둘렀던 베드로는 스승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었고, '하인들 틈에' 숨어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나도 베드로의 배역에 동화되어 있다. '멀찍이' 떨어져서 따르고 있고, 여차 하면 사람들 '틈에' 숨어서 보기만 한다. 위장된 마귀짓을 하는 이들의 그 모든 악행을 보기만 한다. 고난당하시고 버림받으시는 스승 예수님을 보기만 한다. 20대 때에도 그랬는데, 50대가 된 지금도 그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주님, 영광과 빛 가운데 있는 주님께로 더 가까이 갈 뿐 아니라, 고난 당하고 있는 대제사장의 뜰에서도 주님께로 더 가까이 다가갈 용기를 주십시오. 제게 주어진 십자가를 짊어질 용기를 주십시오. 버겁고 힘들어도 인내할 용기를 주십시오. 진리와 생명의 길로 끝까지 걸어갈 용기를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