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is Present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안식월 제주한달살기

[제주안식2] 금등리 마을 산책

신의피리 2024. 4. 2. 20:13

내가 머문 숙소는 제주 서쪽 끝이다. 이른 아침에 금등리 마을 탐색을 나선다. 숙소를 나오자 낮으막한 현무암 돌담과 유채꽃이 반긴다. 여기저기 양파밭이 펼쳐져 있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니 수확철인가 보다. 

제주 한경면 금등리

 

신창풍차해변도로에서 바닷가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전형적인 제주 바닷가 마을길이다. 길 끝자락에 서니 검은 현무암과 10개의 자이언트 풍차가 그림 같이 펼쳐진다. 

신풍풍차바닷가

 

금등리 마을 안으로 들어가본다. 제주의 돌담길이 정겹다. 전형적인 옛집과 서울 사람들이 내려와서 짓고 사는 현대식 가옥들이 섞여 있다. 동네 지형을 해치지는 않지만 이게 이 마을에 좋은 건지 모르겠다. 

금등리 마을

 

돌아오는 길은 판포포구쪽이다. 거기서 점심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닷물 색깔이 유난히 달라 보인다. 마치 동남아 휴양지에서 볼 만한 색깔이다. 가까이 가보니 정말 바다색이 예술적으로 아름답다. 여름에 오면 수영하기 딱 좋을 곳이다. 멋있어 보이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판포포구

 

사진을 찍다가 갑자기 우울해졌다. 저 풍경은 멋있는데 뭔가 마지막 하나가 비어있는 것 같다. 내 전속모델이 없다. 사진 찍는 게 재미없어졌다. 점심 먹을 시간이다. 네이버 지도를 검색한다. 식당 몇 개가 나온다. 모든 식당이 다 텅텅 비어있는데, 유일하게 한 식당만 젊은이들이 모여 있다.  "퐁당라면?" 검색해 보니 평점이 4.83으로 제일 높다. 라면은 별로였지만 해물이 풍성하게 들어간 라면이란다. 비도 오고 하니 얼른 뛰어 들어가 풍경 좋은 자리를 잡았다. 라면이 나왔다. 세상에!

퐁당퐁당 라면

 

점심식사로 라면을 먹은 게 얼마만인가? 이 자유를 진정 누려도 되는 것인가? 먹을 때는 참 좋았다. 안타까운 건 내 대장의 부실함일 뿐. 멋있는 풍광을 바라보며 신나게 먹었으면 그만이다. 주말에 내 모델이 오면 여길 오자고 할까? 아마 안 올 거다. 아내는 라면을 싫어한다. 

 

안식 2일차다. 오전엔 신나고 좋았지만, 오후엔 쓸쓸해졌다. 아직 27박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