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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남섬1] 교회당과 별

신의피리 2024. 4. 1. 17:45

뉴질랜드 레이크 테카포, 선한목자교회

 

뉴질랜드 남섬 여행이 확정된 후 제일 먼저 유튜브 검색에서 눈길을 끈 건 한 호수에 있는 교회였다. 호젓한 호숫가에 작은 벽돌 교회가 있고, 그 뒤로 잔잔한 호수와 은하수가 대비를 이룬다. 저 장면을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살짝 마음이 설렜다. 

 

남섬 여행 첫 날, 드디어 테카포 호수(Lake Tekapo)에 도착했다. 신비를 느꼈다. 낯선 태고의 느낌이 불어왔다. 

레이크 테카포

 

이제 해만 지면 된다. 지금 이 순간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하늘에서 하나둘 빛날 별이 기다려졌다. 

레이크 테카포의 해질녘

 

밤 10시, 호숫가로 나갔다. 고개를 들고 우주를 주시한다. 휴대폰을 들고 별들을 찍어본다. 여행오기 전, 사진으로 보았던 그 장면을 연상하면서 사진을 찍었지만, 아뿔싸 이럴 수가!

레이크 테카포의 밤하늘

 

달이 너무 밝았다. 하늘은 맑았지만,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별을 볼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달이 너무 밝았다. 내 생각이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달이 너무 밝은 빛을 내다보니, 다른 별들이 생각보다 덜 눈에 띈다. 

 

1993년 1월, 육군 22사단에 배치됐다. 강원도 고성에 있는 신병교육대에서 어느날 밤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동기와 함께 연병장으로 나갔을 때, 밤하늘을 보고 잠시 걸음을 멈췄다. 강원도의 밤하늘에 검은색보다 별색이 더 많아 보였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해주신 그 약속, '하늘의 별처럼!' 그 약속이 얼마나 큰 감격인지 알듯 했다. 나는 그보다 더 많은 별을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내 기억과 상상 속에 존재하던 그 밤에 비할 바가 못됐다. 아쉽다.

 

숙소에서 늦게 잠들었지만, 깊이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새벽 3시경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났다가 창문 커튼을 슬쩍 열고 밤하늘을 다시 엿본 후, 침대로 돌아와 눕는다. 우주는 얼마나 큰가. 나는 얼마나 작은가. 우주는 얼마나 오래 됐는가. 내 인생은 얼마나 짧은가. 헤아릴 수 없는 그 큰 우주를 헤매다 아침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