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기고/양화진

공동체

신의피리 2018. 6. 8. 17:50

21교구 소식지 마지막호. 2015/12/13


교구소식지 마지막호, ‘공동체’

 

지난 여름 지리산 종주를 하다가 불현 듯 ‘교구소식지’가 떠올랐다.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연결’에 대한 갈망이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고 싶은 욕구가 있다. 타인의 얼굴에서 나와의 공통점을 찾고, 그래서 안전을 느끼고 힘을 얻고 싶어 한다. 그 연결망을 설치하여 서로서로 잇대게 하고 싶은 마음이 첫 번째 이유였다. 두 번째는 ‘공동체’에 대한 갈망이다. 실은 이것은 첫 번째 갈망이 실현된 결론일 것이다. 다들 외딴섬처럼 따로따로 각자 자신만의 마을을 이루고 있는 12개의 구역이 실은 하나의 공동체였음을 어떻게 경험하게 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으로 ‘교구소식지’가 발행되었다.

세 번째는 내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였다. 나는 21교구의 목사로서, 실은 21교구의 중앙연결통로이다. 내가 서로서로에게 다리를 놓아주어야 했다. 그 일환으로 매주 부족하지만 글을 쓰기로 한 것이다.

 

지나고 보니 참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청년들의 다양한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훌륭한 구역장님들의 멋진 통찰이 담긴 글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나님나라를 향한 이 믿음의 여정에 동행하는 동무들이 이리 많구나 싶어 마음 훈훈해질 때도 많았다. 올 한 해 내가 한 게 뭐 있나 계수하다보니 실은 마음에 쓸쓸한 바람이 부는 듯싶다. 그런데 ‘교구소식지’ 생각하니 그래도 잘 한 게 있구나 싶어 감사가 절로 나온다.

 

이 일은 도깨비 방망이가 만들지 않았다. 매주 귀한 시간과 재능을 쏟아 부어준 귀한 지체들이 있었다. 올린 자매와 진영 자매가 매주 번갈아가면서 지면 구성을 걱정하고 청탁을 했다. 그들의 수고가 아니면 교구소식지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청탁을 받고 글을 써준 지체들과 권찰들의 수고 또한 고맙다. 누구보다도 21교구 대표권찰로 1년 내내 막대한 희생과 섬김을 감당한 영아 자매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다 권찰을 하게 되었는데 하필 2101구역의 권찰이 되었고, 많은 권찰 중에 하필 대표권찰이 되어 무수히 많은 봉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유야 누구보다도 영아 자매가 잘 알 것이다! 영아 자매가 드린 그 많은 재능과 희생은 그 무엇으로도 환산되지 않을 만큼 고귀한 일이다. 내가 맛있는 식사 한 번 산다고 해도 갚아지지 않을 희생인 줄 안다. 하나님께서 기특히 여겨, 새해에는 평생의 동반자가 될 멋진 남자친구 한 명을 선물로 주시면 참 좋겠다.

 

어쩔 수 없이 이번호가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발행한 지 얼마 안됐는데 말이다. 한 일 년 정도 더 교구소식지를 만들고, 계속 청년들과 ‘글’로 소통하면 더 좋았겠거니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안에는 많은 갈망이 있다. 무엇보다도 ‘공동체’를 향한 갈망이 사그라지지 않도록 하자. 하나님도 성부-성자-성령 공동체적으로 존재하신다. 그래서 세상 창조하실 때 남자-여자 공동체로 만드셨고, 예수님 승천하신 후 ‘교회’라는 공동체 남겨두셨다. 그러니 청년들이여, ‘공동체’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말라. 공동체 안에 머물 수만 있다면, 그 공동체는 여러분이 이 힘겨운 세상 꿋꿋이 걸어갈 수 있도록 힘과 소망이 되어 줄 것이다. 구역이 ‘공동체’로 변화할 때,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그 믿음으로 연결되어 소통할 때, 바로 그 순간은 하나님나라가 잠시 현현하는 기적이 된다. 아직 새하늘과 새땅이 완성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 순간 그것을 맛볼 수 있게 된다. 그 순간처럼 우리 가슴 벅차게 하는 게 없음을 믿는다.

 

21교구 안에서 꼭 좋은 공동체 만들어 가시라.

 

21교구 김종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