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익환, <히브리 민중사>

91년 스무 살, 파릇파릇 한 대학 신입생 때, 교회 교구담당 전도사님이 슬쩍 책 한권을 내밀었다. 단숨에 책을 읽었지만 거부감이 컸다. 나를 형성한 내 영성과 ‘달랐기’ 때문이다.

27년 만에 다시 다른 출판사에서 복간된 문익환 목사님의 책을 읽었다. 마침 오늘이 문 목사님 탄생 100주년이란다.

‘히브리’는 ‘하비루’에서 파생된 단어로, 고대 근동의 노예나 용병을 지칭했다고 한다. 출애굽은 ‘하비루’들의 해방전쟁이다. 가나안 정복은 가나안의 ‘농민’들과 ‘하비루’들이 합세하여 전쟁의 신 ‘야훼’의 이름으로 싸운 민중들의 자유와 해방을 위한 전쟁이다. 아브라함-모세-갈렙-다윗-엘리야-아모스-예레미야 등으로 이어지는 하비루 전통. 궁중사가들에 의해 희석된 구약을 민중사의 관점으로 다시 푼 문 목사님의 발바닥 민초들의 이야기. 그들을 편드시고 그들을 통해 나라를 펼쳐가시는 전쟁의 신 ‘야훼’.

문 목사님이 살았던 7-80년대 독재 시대라는 렌즈를 통해 구약을 본 것인가, 아니면 구약에서 오늘의 시대를 본 것일까.

강대국 사이 풍전등화에 놓인 조국의 비애를 끌어안은 예레미야처럼 엄혹한 시절, 투옥과 감시, 협박과 배제를 두려워하지 않고 억압받는 민중들 편에서 함께 울고, 갈라진 한반도 땅의 통일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뛰며, 성경을 민중들에게 읽히도록 번역에 힘쓰셨던 문 목사님.

참으로 문익환 목사님은 큰 목사님이다. 아아 목사인 게 부끄럽다.​

Posted by 신의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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