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JP묵상/양화진

아 어렵다! 정직

신의피리 2015. 9. 30. 15:14

100통 2015년 10월


, 어렵다! 정직

 

오늘 하루 정직해지기로 마음먹어 봅니다. 몇 시간이나 됐을까요? 결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 언사를 곰곰이 되새겨보니 그 몇 마디 문장 속에 거짓이 숨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내가 한 과거의 일을 옮기면서 나를 과대 포장하고 싶은 과장이 발생합니다. 내가 한 일을 지적하는 상대방에게 내 상황을 설명하다가 은근히 내 잘못을 감추는 축소가 발생합니다. 남이 한 말을 마치 내가 한 것인 양 도용도 서슴치 않고, 내가 한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칭찬할 때 침묵으로 타인이 받아야 할 칭찬을 도둑질합니다. 반나절도 되지 않아 정직하기로 한 결심이 무너집니다. 내 입으로 쏟아내는 말마다 거짓이 묻어 있습니다.

 

아니, 있는 모습 그대로를 수용하고 인정하는 게 그리 어려운가?’, ‘도대체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하는가?’ 스스로를 탓하고 되돌아봅니다만, 저는 내일 또 수 만 가지 상황에서 교묘한 방식으로 정직하기로 한 제 결심을 무너뜨릴 것이 분명합니다.

 

어쩌면 이 고백조차 부정직한 제 자신의 교묘한 자기보호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이 이 글을 보면서 아하, 목사님은 정직을 위해 매일 분투하는구나라고 생각하도록 유도하면서, 실상 저는 결코 정직한 사람의 경지에 이르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왜 정직이 어려운 일일까?’ 곰곰이, 곰곰이,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인정받고 싶은 자아가 아직도 펄펄 살아서 제 영혼의 주인이 되려고 하나 봅니다. 제 자존심을 지키고 보호하면 안전할 것이라고 여기는 거짓 목소리가 제 안에서 끊임없이 거짓말을 부추기나 봅니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7:24)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 내면의 전쟁, 그러니까 민낯을 숨기거나 포장하거나 화장하지 않고 인정하고 드러내려는 분투가 여전히 현재형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정직한 자아를 위한 투쟁이 없다면, 타인과의 관계에서의 정직 문제도, 공적 영역에서의 정직 문제도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또 실패할지라도, 또 변명할지라도, 저는 내일도 정직하기로 마음먹을 생각입니다. 그게 정직을 대하는 저의 정직한 태도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