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 당신의 존재의 가장 참을 수 없음은 그 대답 없음이다. 한 번도 목소리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도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을 있는 것처럼 느끼고, 부르고, 매달리게 하는 그 이상하고 음흉한 힘이다. ...” <한 말씀만 하소서>(박완서, p.82)

박완서의 쓰라린 일기를 읽다 이 문장에서 멈칫거린다. 나는 언제나 말귀를 못 알아먹는 내 귀와 마음을 탓했지, 말없이도 우리를 굴복시키는 하나님을 비난하진 않았다. 그분은 늘 말씀하셨건만 듣지 못하는 건 나였다. 듣고 싶어 갈망했지만 말하지 않는다고 그분을 욕하진 않았다.

신의 대답을 듣고 싶은 열망도 없고, 못 듣는다고 아우성치지도 않고, 그저 존재하는 걸 당연히 여기나 정작 존재하시는 분을 존중하지도 않는 삶. 아들 잃은 어미의 절규가 회칠한 무덤 같은 종교인보다 훨씬 더 하나님께 가깝다.

내 기도의 언어를 되돌아본다. 뻔한 미사여구를 반복하고 있는지, 늘 새로운 가슴의 언어를 구사하는지.​

Posted by 신의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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