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책읽기 책일기 29

성공과 좌절

"세상이 바뀌는 과정에서 과거사 정리가 제대로 안 된 채 권력만 민주화되면서 힘이 빠져버리니까 기득권 가진 사람들, 특히 부당하게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 中 -p.125 과거사 정리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국민이 적다는 게 비극이다. 그런 국민들의 역사 불감증을 부채질 하는 주류 언론이 공룡처럼 건재하다는 게 비극이다. 이 부당한 기득권을 해체하는 일에 조금도 기여할 수 없는 내 처지가 비극이다. 나는 예수님을 믿는다. 그분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인 줄 믿는다. 예수님이 가신 길, 희생과 섬김과 십자가의 길은 부당한 기득권을 옹호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내 처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혁명의 길, 개혁의 길, 묵상의 길, 신비의 길....이 아니라, ..

책읽기 책일기 2009.11.05

내 마음속 대통령

울고 또 울었다. 슬픔 때문에 울고, 억울해서 울었다. 사무실에서 울고 지하철에서 울었다. 눈으로 울고 목소리로 울고, 마음으로 소리내어 울었다. 시간이 흐른 뒤라 더 울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책을 받아보는 순간부터 책을 덮을 때까지 마음의 슬픔은 사라지질 않는다. 용기있는 사람, 정의로운 사람, 겸손한 사람, 가난한 자들과 함께 했던 사람, 겸손한 사람... 내 마음속 대통령... 5월 23일, 그 날로부터 어언 5개월이 지났다. 서거에 얽힌 이야기들이 한 권의 책으로 엮여져 나왔다. 죽음은 사실이다. 그분을 부엉이 바위위에서 뛰어내리게 한 세력이 있었음도 사실이다. 전국의 오백만의 국민들이 분향한 것도 사실이다. 그들의 자발적 분향을 막고 방해한 공권력의 치졸함도 사실이다. 그분의 죽음에 담긴 뜻, ..

책읽기 책일기 2009.10.16

다시 길을 찾다 - 길에 들어서서

결심을 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지금 결심을 확정하려고 글을 쓰고 있다. 요 며칠 결심을 할까 말까 망설이던 일이 있었다. 이런 서성거림이야말로 나의 주특기...ㅠ 보나마나다. 이러다 말 일이다. 그래서 성장이 느린 게다. 매번 그 모양인 게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지 모른다. 에이~ 될 지 안 될 지 모르지만, 일단 여기에 새겨둔다. 내 사랑하는 티엔터 블로거들이 참새들처럼 짹짹 거리며 응원해 줄 줄 믿고 결심선언문을 발표하는 바이다. 뭐 대단한 건 아니다. 나는 우리 개신교의 치명적인 결점 중 하나는 영성훈련의 부재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 예수믿고 구원받으면, 그 다음부터는? 열심히 봉사하고, 예배 참석하고, 헌금하고, 전도하면 된다?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이라는 값비..

책읽기 책일기 2009.10.06

예수는 역사다_리 스트로벨

쐐기를 박는 증거, 불가항력적 믿음 들어가며 - 매력적인 인상 “이 책은 고전이 될 것이다”. 빌 하이벨스 목사의 추천평이다. 과연 이 책은 내 작은 서가에 꽂힌 책들 중에 내 신학적 방랑의 종지부를 찍을만한 고전이 될 책이다! 세련된 구성, 사실을 향한 치밀하고도 탄탄한 논리와 추리, 이에 바탕을 둔 변증과 도전, 나는 이렇게 매력적인 책을 별로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처음 책을 구입하여 만지작거릴 때만해도 시큰둥했다. 과제라는 특성 때문에 ‘신나는 만남’이기보다는 마지못해 봐줘야 하는 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추천의 글들’부터 범상치가 않았다. 대개 추천평이라는 게 다소 부풀리기 마련이건만, 한 두 사람도 아닌 12명의 거장들이 최고의 찬사를 동원하여 이 책을 ..

책읽기 책일기 2009.06.27

헨리 나우웬, 『예수님의 이름으로』

낮은 데로 임하는 지도자 친숙한 신부 헨리 나우웬 한국의 개신교도들이 가톨릭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다. 마리아를 숭배하고, 술․담배를 즐기며, 제사를 허용하고, 연옥이라는 희한한 교리를 믿는 등,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을 더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거의 이단에 가깝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 신부나 수녀들 중에 간혹 개신교도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이들이 있다. 낯선 타종교의 이미지를 지우고도 남을 그들의 헌신적인 실천적 신앙이 개신교도의 선입견을 넘어선 것이다. 과거엔 테레사 수녀가 대표적인 인물이었고, 또 헨리 나우웬도 개신교도들에게 꽤 알려진 가톨릭 신부이다. 헨리 나우웬은 세계 최고의 학문 기관의 교수직을 포기하고 장애인 공동체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기거하며 맑..

책읽기 책일기 2009.06.10

도모유키

제 1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도모유키] 조두진 (지은이) | 한겨레신문사 간결한 문체, 과감한 생략, 불필요한 형용사와 부사 배제, ... 이런 문체가 밀도감 있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한다. 그래서 그랬을까? 처음 몇페이지를 담백하게 읽어내려가다, 순간 엄청난 터보엔진을 장착한 듯, 빠르고 숨가쁘게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내려갔다. 재미있다. 때는 정유재란 마지막 전투, 노량해전의 전후 상황이다. 주인공은 왜장 고시니 유키나가의 중간급 막장, 낯선 조선 땅에서 전쟁의 살벌함을 체험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거닐고 있다. 매일 피비린내 나는 냄새가 코를 스친다. 아군, 적군, 민간인 할 것 없이, 이유도 정확히 알 수 없이 칼은 허공을 가르다가 사람을 찌르고 베고, 몸뚱이는 조각나고 만다. 수없..

책읽기 책일기 2009.05.04

브루스 모힌니, 목사님 설교가 신선해졌어요

브루스 모힌니, 오태용, 베다니 출판사 김용태 목사님께서 선교지로 떠나면서 넘겨주신 책이다. 무척 재밌게 읽었다. 설교학이라는 강의를 소설의 형식을 빌어 펼쳐놓은 이 책은, '설교식'의 교육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러티브'가 얼마나 유익한지를 보여준다. 설교도 이렇게 할 수 없을까? 형식은 소설이지만, 소설의 주인공은 현실의 인물과 흡사하다. 그의 고민 역시 현실의 목회자들과 흡사하다. 그에게 필요한 '설교 클리닉'은 어떤 방식이어야 할까? 그리고 지금 신학도인 내게 설교란 무엇인가? 아무튼, 나는 개념 설명식 설교, 교과서식 설명, 교리 설교, 당위에만 머무는 설교, 이런 설교는 딱 질색이다. 형식이 좀 파괴적이면 어떤가? '열정'과 '아이디어'가 모아져, '성경말씀'을 지금의 '청중'의 특성에 맞..

책읽기 책일기 2007.08.04

조기숙, 마법에 걸린 나라

마법에 걸린 나라 조기숙 I 지식공작소 I 2007.02.03 지난 대선이 있기 한참 전, 언론과 관련된 100분 토론에서 이분을 처음 봤다. 백분 토론을 볼 때마다 한심한 토론수준 때문에 속이 터졌는데, 모처럼 시원시원하게 토론을 잘 하는 분을 본 것이다. 그것도 말의 현란한 논리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극단을 피하되, 역사적 단계에 걸맞게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는 그의 중도적인 입장이 아주 좋았다고나 할까. 여성 정치학자로서 조기숙은 지난 대선 투표 전날 사건을 만들었다. 정몽준이 노무현과 결별을 선언한 날, 조선일보는 만세를 불렀다. 투표가 있는 날 새벽, 오마이뉴스의 그녀의 글이 실렸다. 눈물 자국이 문장문장 마다 선명하게 남아 있는 그런 글이었다. 아마도 그녀의 글이 지지자들을..

책읽기 책일기 2007.07.18

바트 어만, 성경 왜곡의 역사

성경 왜곡의 역사 누가, 왜 성경을 왜곡했는가 바트 D. 어만 | 민경식 | 청림출판 | 2006년 05월 15일 기독교는 '책'의 종교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 책'의 종교, '한 책'에 의한 종교이며, 전적으로 '한 책'인 '성경'에 근거한 종교다. 성경 없이 기독교는 논할 수 없고, 성경 없이 인간과 하나님을 논할 수가 없다. 성경이 우리 삶과 세계의 토대가 된다. 그런데 성경의 원본이 없다는 사실과 전체적인 틀에서는 비슷하나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다른, 그런 필사본들이 많다는 사실이 적잖이 혼동을 일으킨다. 구약은 히브리어, 신약은 헬라어로 쓰여졌는데, 필사자들의 수많은 필사본들과 다양한 역본들의 차이점들이 성경의 존엄성을 공격하고 있다. 이 사실이 성경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더불어 오늘..

책읽기 책일기 2007.07.16

양낙흥, 체험과 부흥의 신학자, 조나단 에드워즈

신학교 3학기, 서평으로 썼던 글 책 전체를 서평한 것이 아니라 부분만 다룸 양낙흥, 『조나단 에드워즈의 생애와 사상』을 읽고 1. 생애, 경건, 목회에서 인상 깊었던 점 한 가지씩 2. 그의 신학에서 한 가지 측면 생애 : 산책과 묵상 “당시 나는 많은 시간을 홀로 숲 속이나 한적한 장소들을 거닐면서 명상하고 독백하고 기도하면서 하나님과 대화했다. 그럴 때면 나는 항상 예외 없이 나의 명상들을 노래로 표현하곤 했다.”(145) 조나단 에드워즈는 어린 시절부터 홀로 산책과 명상(묵상과 기도)이라는 방법을 통해 하나님을 체험하곤 했다. 숲 속을 산책하거나 허드슨 강변을 거닐며 그는 자연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영광의 신적 빛을 보았고 노래했으며, 그에 대한 반향으로 자신의 영혼 속에 빛나는 또 다른 신적 빛..

책읽기 책일기 2007.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