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2018/06/11 4

박흥식,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

박흥식 지음 이 책은 쉽고 재밌다.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게 된다. (내일 주일설교 작성해야 하는데, 이 책 읽느라 벌써 토요일 오후가 되어 버렸다. ㅠㅠ) 게다가 어렵고 까다로운 신학논쟁은 나오지 않고, 시대적 상황에서 왜 종교개혁운동이 일어났으며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흘러갔는지 객관적으로 쉽게 기술하고 있다. 루터 입문서로서 손색이 없다. 부끄럽지만 ‘루터’하면 떠오르는 게, 면죄부에 대한 ‘95개조 반박문’과 ‘독일어 성경번역’ 밖에 없었다. 이 책을 통해 루터의 개혁운동을 개괄적으로 두루 훑어보게 되었다. 동시에 그의 빛만 본 게 아니라 그늘도 볼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의 백미는 책의 끝, 에 요약되어 있다. 루터파 교인들은 적잖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다. ‘시대의 요청에 따..

마르가레타 망누손, 내가 내일 죽는다면

마르가레타 망누손 지음 80세가 넘은 스웨덴 할머니가 자신의 죽음을 대비해서 소유한 것들을 하나씩 정리해 가는 이야기다. 스웨덴 사람들은 그것을 ‘데스클리닝’(Death Cleaning)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데스클리닝은 당신이 세상을 뜬 후 자식을 비롯한 사랑하는 사람들이 당신의 물건을 처리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일종의 배려입니다. ... 데스클리닝은 즐거운 놀이로써 이를 통해 물건의 의미를 찾고 추억에 젖는 것이 핵심입니다.”(182p) 얼마전 우리교회 교우님의 한 가족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72년생, 나와 동갑이란다. 젊다. 아직 인생 정점을 찍지 않은 나이일텐데, 나랑 동갑이란 말에 무척 그 가족이 안쓰럽다. 어느날 홀연히 찾아올 죽음, 그 죽음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배려와 사랑으..

박완서, 한 말씀만 하소서

"... 신, 당신의 존재의 가장 참을 수 없음은 그 대답 없음이다. 한 번도 목소리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도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을 있는 것처럼 느끼고, 부르고, 매달리게 하는 그 이상하고 음흉한 힘이다. ...” (박완서, p.82) 박완서의 쓰라린 일기를 읽다 이 문장에서 멈칫거린다. 나는 언제나 말귀를 못 알아먹는 내 귀와 마음을 탓했지, 말없이도 우리를 굴복시키는 하나님을 비난하진 않았다. 그분은 늘 말씀하셨건만 듣지 못하는 건 나였다. 듣고 싶어 갈망했지만 말하지 않는다고 그분을 욕하진 않았다. 신의 대답을 듣고 싶은 열망도 없고, 못 듣는다고 아우성치지도 않고, 그저 존재하는 걸 당연히 여기나 정작 존재하시는 분을 존중하지도 않는 삶. 아들 잃은 어미의 절규가 회칠한 무덤 같은 종교인보다 훨..

히브리 민중사(문익환)

문익환, 91년 스무 살, 파릇파릇 한 대학 신입생 때, 교회 교구담당 전도사님이 슬쩍 책 한권을 내밀었다. 단숨에 책을 읽었지만 거부감이 컸다. 나를 형성한 내 영성과 ‘달랐기’ 때문이다. 27년 만에 다시 다른 출판사에서 복간된 문익환 목사님의 책을 읽었다. 마침 오늘이 문 목사님 탄생 100주년이란다. ‘히브리’는 ‘하비루’에서 파생된 단어로, 고대 근동의 노예나 용병을 지칭했다고 한다. 출애굽은 ‘하비루’들의 해방전쟁이다. 가나안 정복은 가나안의 ‘농민’들과 ‘하비루’들이 합세하여 전쟁의 신 ‘야훼’의 이름으로 싸운 민중들의 자유와 해방을 위한 전쟁이다. 아브라함-모세-갈렙-다윗-엘리야-아모스-예레미야 등으로 이어지는 하비루 전통. 궁중사가들에 의해 희석된 구약을 민중사의 관점으로 다시 푼 문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