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With Nouwen

기다리는 사람

신의피리 2010. 3. 18. 17:46
오랜만이에요. 헨리! ^^

사실 얼마전에 누군가와 인터뷰한 내용을 곁에서 슬쩍 들은 적이 있어요. 고독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주의 깊게 듣질 못해서 잘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에 대한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고독에 대한 훈련을 해야 한다는 내용 같았어요. 사실 저도 그 훈련이 쉽진 않아요. 일부러 혼자 있음을 선택할 때가 있긴 하지만, 그 때는 늘 책을 읽는 편이거든요. 그냥 아무 것도 안하면서 잠잠히 내면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에게 귀 기울이고, 정직하게 반응하기란!!! 휴~ 매일 새벽마다 그런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긴 하는데, 정작 해야 할 산적한 일들을 머리속으로 계획만 하고 있더라구요...

오랜만에 헨리의 명 설교를 듣게 되니 마음이 뿌듯해져요. ^^ 그런데 솔직히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오늘 들려주신 말씀의 제목은 "소망 없는 사람을 위한 사역"이었지요. 30분 정도 말씀 하신 것 같아요. 해리슨이라는 환자와 존이라는 신학생의 대화를 소개해주셨지요. 늘 그렇듯이 들을 땐 좋았는데, 뭐가 좋았나, 내게 남은 교훈은 뭔가, 물으면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는 거에요. ㅠ 사실 오늘은 좀 의무감 때문에 헨리의 이야기를 견디며 들었던 것 같아요. 미안해요.

그렇지만 제 자신을 돌아보긴 했어요. 비인격적인 환경에 처한 한 사람, 삶과 죽음 모두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소망 없는 사람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몇몇 사람들이 떠오르긴 했어요. 헨리는 먼저 인격적인 반응이 중요하다고 하셨지요. 그런데 저는 그 다음 말이 사실 마음에 와 닿았어요.

"사람은 자기를 기다려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 한 온전한 정신으로 생명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92)

좀 엉뚱한 적용 같기도 한데.... 제가 섬기고 있는 우리 공동체에도 소망을 기대하며 교회에 오는 이들이 있을 텐데, 저와 우리 목자들이 "널 진심으로 기다렸어. 그리고 네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난 여기서 늘 기다리고 있을거야."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그래요. 날 기다려주는 가족이 있으니까, 내 얘기를 들어줄 가족이 있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고 싶듯이, 교회도 그런 곳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글을 적다보니 한 가지 중요한 것을 배웠다는 걸 깨닫게 되네요. ^^ 저 역시 우리 목자들을 매주 인격적인 관심을 기울이며(절대 내 성공을 위한 수단이 아닌!!)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표현했으면 좋겠어요.

요즘 제 내면이 진공 상태가 된 것 같아요. 아니 거의 카오스 수준입니다. 언어가 길을 잃었어요. 존재감은 가벼어서 흩어지고요. 뭐가 중요한지 머리는 알지만 마음이 그걸 잡아낼 힘이 없나봐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오늘 시공간을 서성이다 무심결에 헨리의 방으로 왔네요. 좋은 이야기 들려 줘서 고마워요. 절 기다리신 거 아니에요? ^^ 이 글을 계기로 다시 글쓰기가 회복되면 좋겠어요. 헨리, 우리 다음에 또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