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책읽기 책일기

내 마음속 대통령

신의피리 2009. 10. 16. 18:55
울고 또 울었다. 슬픔 때문에 울고, 억울해서 울었다. 사무실에서 울고 지하철에서 울었다. 눈으로 울고 목소리로 울고, 마음으로 소리내어 울었다. 시간이 흐른 뒤라 더 울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책을 받아보는 순간부터 책을 덮을 때까지 마음의 슬픔은 사라지질 않는다. 용기있는 사람, 정의로운 사람, 겸손한 사람, 가난한 자들과 함께 했던 사람, 겸손한 사람... 내 마음속 대통령...

사용자 삽입 이미지

5월 23일, 그 날로부터 어언 5개월이 지났다. 서거에 얽힌 이야기들이 한 권의 책으로 엮여져 나왔다. 죽음은 사실이다. 그분을 부엉이 바위위에서 뛰어내리게 한 세력이 있었음도 사실이다. 전국의 오백만의 국민들이 분향한 것도 사실이다. 그들의 자발적 분향을 막고 방해한 공권력의 치졸함도 사실이다.

그분의 죽음에 담긴 뜻, 그의 꿈을 이어가려는 그의 제자들의 증언과 활동은 무섭도록 재빠르고 견고하다. 뜨거운 열정이 냉철한 논리가 움직이고 있다. 이 바람은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바람을 타고 우후죽순 증언들이 기록물로 나오더니 드디어 제대로 된 보고서가 나왔다. 더 확실한 이야기, 더 진실한 이야기, 더 용기있는 증언, 더 역동적인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적인 활동들이 이어질 것이다.

2천년 전 한 사람의 죽음과 부활에 관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후죽순 증언들이 쏟아져나오고, 기록물들이 엮여져 나왔다. 2천년 전이라면 오늘의 출판여건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할 것이다. 그 기록을 증언한 사람들, 기록을 필사한 사람들, 기록대로 살고 죽은 사람들이 세월이 지나 오늘에 이르고 있고 미래로 뻗어나갈 것이다. 그 거대한 역사의 바람 속에 내가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