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JP묵상/양화진

지금 여기, 주어진 작은 일에서 행복하기

신의피리 2015. 10. 18. 14:40

21교구 소식지 5호. 2015/10/25


지금 여기, 주어진 작은 일에서 행복하기

 

교구소식지 칼럼을 쓰려고 자리에 앉았다. 딱 마음에 드는 주제가 안 생긴다. 흰 백지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떠오르는 단어들을 썼다 지웠다 하기가 벌써 한 시간째다. 조급함의 바람이 불고 걱정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괜한 일 했나보다 하는 후회와 글쓰기 실력의 열패감 때문에 잠시 낙담한다.

글쓰기를 중단하고 시선을 돌린다. 이디오피아 예가체프 커피 한 잔을 찬찬히 내리니 고소한 향기가 번져가는 게 보인다. 글렌 굴드가 1955년도에 연주한 바흐(Bach)Goldberg Variations을 들으니 번민이 일거에 사라진다. 그리고 하얀 백지 위에 내 마음을 살며시 포개 얹어본다. 주님과 응접실에서 마주 앉은 느낌이다. “주님, 안녕하세요? 글을 하나 써야 하는데, 청년들과 공명할 수 있는 좋은 글 하나 쓰고 싶은데, 제 영혼은 텅 비고, 소통은 단절된 느낌이에요. 주님, 저나 그들이나 다함께 하나님나라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것 맞지요? 주님의 마음이 제 마음이 되고, 제 생각이 주님의 비전의 일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를 가지세요. 저를 사용해 주세요. 제가 여기 있습니다.”

주어진 작은 일을 대하는 내 마음 안에 주님이 주시는 바램이 깃들어 있는가, 그것을 수행하는 내 마음에 자족이 차오르는가, 스스로 물어본다. 묻고 답하는 사이 어느새 황량했던 내 마음에 훈훈한 영적인 기운이 스며온다. 지금 여기, 주어진 작은 일을 품고, 주님 안에서 행복하기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