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JP묵상/양화진

포옹과 키스 사이

신의피리 2015. 9. 7. 15:25

100통 2014년 4월호


포옹과 키스 사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데이트와 결혼에 대해서 강의를 할 때가 있습니다. 대체로 연애강의는 호응이 좋은 편입니다. 모든 청춘남녀의 초미의 관심사라 그렇겠지요! 그런데 강의 도중 한순간 공기의 흐름이 확 뒤바뀌는 것을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십중팔구, 그 주제는 스킨십! ‘스킨십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순간, 이 단어는 엄청난 파동을 일으켜 청중들의 동공을 최대 사이즈로 확대시키고, 잠자며 놀던 체세포들을 일시에 깨워 활성화 시키는 놀라운 단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키스 해보셨나요?’ (입술을 슬쩍 움직이는 여러분들의 모습이 눈에 보입니다.)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결혼 전에 키도 해도 되는 걸까요?’ (중세시대 사제들이나 할 법한 질문이라고 생각하는 여러분들의 머리속도 훤히 보이는군요.) 결혼 전에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키스해도 되냐고 묻는 제 질문이 참 우습지요? 그야 당연히 해도 되지요! 사랑한다는데, 뭐가 문제란 말입니까! 오히려 결혼식장에까지 한 번도 안 하고 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좀 특별한 사람이겠지요. (용기가 없거나 천상의 믿음을 가졌거나!)

 

그러나 무조건 허용될 수 있다고 해서 다 좋은 것만은 아닌 듯싶습니다. (역시, 목사님다운 전환이라 생각하시는군요.) 자동차가 움직이려면 악셀을 밟아야 하지만, 아무데서나 아무 때나 막 밟으면 십중팔구 과속 카메라에 걸리거나 추돌사고가 날 겁니다. 마찬가지로, 좋다고 아무 때나 입술을 들이밀거나 내주면 그 감촉 때문에 하늘을 날듯 좋기야 하겠지만, 어느새 위기의 경계선을 들락날락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 뻔합니다. 과속으로 질주하는 스릴도 있겠지만, 그건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일이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요? 이렇게 말해 보겠습니다. 사랑엔 단계가 있습니다. 처음엔 우정으로 시작해서 점점 애정으로 발전하고, 마지막으로는 결혼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한몸을 이루게 되지요. 각 단계마다 친밀감을 확인하거나 촉진하는 스킨십이 필요합니다만, 우정과 애정, 그리고 한몸을 이루는 관계의 경계선에 해당하는 스킨십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포옹은 우정일 수도 있고, 애정일 수도 있습니다. 가볍게 하면 우정이고 힘을 줘서 댕겨 신체 접촉면을 넓히면 애정에 가까운 행위이겠지요. 애정과 성접촉의 경계선에 있는 스킨십도 있습니다. 그 한 가운데에 있는 스킨십이 키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키스라는 스킨십은 그 성격이 참 묘합니다. 키스는 결코 만족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적절히 만족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성관계라는 목적을 달성하라고 몸을 뜨겁게 만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의지의 명령을 결코 따르지 않는 독불장군이지요.

 

성경엔 나와 있지 않지만, 제 관찰과 묵상과 경험, 그리고 여러분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볼까 합니다. (얼마나 지지를 받을지 심히 우려가 되긴 합니다만.) 여러분들이 그저 좋은 우정관계를 유지하길 원한다면 결코 가벼운 포옹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무릇 손이란 악수를 목적으로 할 때 외엔 가급적 자제하시고, 적극적 접촉보다 소극적 거리두기가 훨씬 더 안전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이어가게 하는 것 같습니다. 간혹 연인도 아니면서 손으로 상대의 머리를 쓰다듬는 형제들이 있는데, 우정과는 어울리지 않는 스킨십이지요. 그러면 연인관계라면? 가벼운 입맞춤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해 두시길 강권, 강권, 강권합니다. 굳이 키스를 해야겠다면 낮에만 하시고, 절대 눕지 말고 반드시 선 자세로만 하며, 두 손은 꽁꽁 묶고 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키스는 어마어마한 마력으로 우리의 이성과 의지를 마비시켜 자기가 원하는 목적지로 우리 몸을 끌고 갈 것이 분명합니다.

 

아직 연애를 시작하지 않았거나, 현재 연애를 잠시 쉬고 있거나, 막 연애를 시작한 이들은 스킨십에 대해서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혹여 가장 강렬한 스킨십(성관계)까지 경험한 적이 있다면, 그 누구도 정죄하지 않으니 스스로도 잘 되짚어보되, 다시는 그리하지 않도록 첫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한 일입니다.

요즘같이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보수적인 사고는 아닐까, 실은 걱정이 됩니다만, 개방적이고 자유롭다고 해서 더 아름답고 건강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모두들 건강하고 아름다운 교제에 성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