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그 땅을 걷다

일상순례자6_다짐

신의피리 2015. 6. 23. 07:14

일상순례자6_다짐

 

왜 꼭 그래야만 하는 걸까? 약간의 의구심과 함께 불편한 마음이 가득 차오릅니다. 광야에서 만나를 먹은 백성들이 그 다음 불평을 합니다. 여리고성을 이긴 여호수아가 그 다음 쪼그만 작은 아이 성에 패배합니다. 바알신과 아세라신을 섬기는 제사장 850명과 싸워 이긴 엘리야가 그 다음 이세벨의 위협이 무서워 광야로 숨어들어 갑니다.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라는 위대한 신앙고백을 최초로 한 베드로가 그 다음 주님으로부터 사탄아!”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왜 꼭 그래야만 하는 걸까? 그랬을 수밖에 없었을까요?

 

성지순례 이후 다짐 또 다짐해보았습니다.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가 일상 순례의 노래로 이어지게 하리라, 변화산 위 은혜로운 경험이 산 아래 눈물과 한숨으로 얼룩진 일상 동네를 살아가는 힘이 되게 하리라, 폐허 위에서 발견한 참 교회의 본질을 내가 섬기는 교회 안에서 일구어 가리라.

 

한 여름 밤의 꿈처럼 그 많은 다짐들이 아스라이 사라져가는 게 안타깝습니다. 다 그런 거지, 하며 스스로 위안도 삼아봅니다. 그래도 왜 꼭 그래야만 하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사그라들지 않아 오늘은 얍복강가의 야곱처럼 씨름하며 기도해 봅니다. 불현 듯 여러 교회 교인들을 향한 사도 바울의 마지막 권면들이 한 문장씩 마음에 떠오릅니다. 사도 바울도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성공 뒤에 찾아오는 실패의 그늘이 드리워지지 않도록, 조금도 틈을 주지 않는 지혜로운 사람이었을지 모릅니다. 바울 사도의 앞선 그림자가 제 발 앞에 있는 듯 느껴집니다. 그분의 음성이 제 귀에 쩌렁쩌렁 울립니다.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견실하며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 이는 너희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 앎이라.”(고전 15:58)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6:9)

마귀의 간계를 능히 대적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입으라.”(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