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JP묵상/양화진

K에게

신의피리 2018. 6. 8. 17:45

21교구 소식지 9호. 2015/12/06


K에게

 

K! 파르르 떨리는 입술, 그렁그렁한 네 눈물이 잊혀지지 않는구나. 얼마나 마음 아팠으면 꾹꾹 참았던 눈물이 주르륵 흐를까. 꼬옥 안아주고 싶었다만, 그러질 못해 내내 미안했구나. 생각해보니 나도 네 나이 때쯤이 인생 중 제일 아픈 순간이었지 싶다. 타인에게 내 진심 가 닿지 않고, 내 앞에 놓인 길의 방향은 흐릿하기만 하며, 서 있는 내 품세는 어정쩡하기만 하니, 그저 내 신세 처량하기만 했었지. 하나님께 젊음 바쳐 애써온 것의 대가가 이런 것인가 싶어 하소연만 나왔었고. 내 몰골이 이런데 내가 무슨 사람 섬긴다고 앞에 서 있을까 하는 자격지심만 한없이 커졌었지. 그래, 그래서 멋지게 잠적하고 싶은 충동이 참 많이 일어났었구나.


K! 네가 네 자신을 평가하는 게 전부가 아님을 알았으면 싶다. 내 눈엔 네가 귀했다. 내 눈엔 네가 실패자가 당연히 아니었지. 네 가슴 속에서 요동치는 ‘사랑에 관한 그 모든 감정들’은 그 누구, 그 무엇에 대한 사랑이든 결코 헛되이 허공으로 사라지지 않을거라 믿는다.


K! 네가 믿고 의지해왔던 ‘하나님은 베푸시는 분’이란다. 기꺼이 주시길 좋아하시는 분이시지. 그게 그분의 속성이야. 결코 네가 좋아하는 걸 빼앗는 분이 아니란다. 그걸 의심하지 않았으면 한다. 네 자신의 행복을 위한 거라면 네가 받을 준비가 될 때, 반드시 베풀어 주실거라 믿는다. 귀할수록 더 천천히 말이지. 그러니 오늘은 그만 울자꾸나. 장하다, 귀하고! 한 해 수고 많았다! 고맙고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