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바람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2015/10 3

눈물로 드리는 새벽

21교구 소식지 6호. 2015/11/01 눈물로 드리는 새벽 딱히 외로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마음이 쓸쓸하다. 가을 탓이다. 10월에서 11월로 넘어가는 이 시간을 단 한 번도 그냥 지나친 적이 없다. 나뿐이랴! 이 계절의 고개를 넘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법이다. 곧 서른을 앞둔 스물아홉만 힘든 게 아니다. 인생의 불완전성 때문에 흔들리는 20대만 힘든 게 아니다. 중학교 졸업을 준비하는 우리 딸내미도 인생살이를 고달파한다. 마흔 중반을 지나고 있는 나도 쓸쓸한 정서가 겹겹이 쌓인다. 이 허전함을 어찌하랴! 적막한 새벽, 교회당 구석에 앉아 십자가를 응시한다. 위로부터 오는 소리는 없다.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잡소리들이 생각을 흩트려 놓는다. ‘한 말씀만 하소서’…. 갈증난 마음에 나직이 읊조려..

기고/양화진 2015.10.27

지금 여기, 주어진 작은 일에서 행복하기

21교구 소식지 5호. 2015/10/25 지금 여기, 주어진 작은 일에서 행복하기 교구소식지 칼럼을 쓰려고 자리에 앉았다. 딱 마음에 드는 주제가 안 생긴다. 흰 백지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떠오르는 단어들을 썼다 지웠다 하기가 벌써 한 시간째다. 조급함의 바람이 불고 걱정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괜한 일 했나보다 하는 후회와 글쓰기 실력의 열패감 때문에 잠시 낙담한다.글쓰기를 중단하고 시선을 돌린다. 이디오피아 예가체프 커피 한 잔을 찬찬히 내리니 고소한 향기가 번져가는 게 보인다. 글렌 굴드가 1955년도에 연주한 바흐(Bach)의 Goldberg Variations을 들으니 번민이 일거에 사라진다. 그리고 하얀 백지 위에 내 마음을 살며시 포개 얹어본다. 주님과 응접실에서 마주 앉은 느낌이다. “..

기고/양화진 2015.10.18

2015년 10월 18일 4부예배 기도문

2015년 10월 18일 4부예배 기도문 부름의 말씀 후 기도 : 시편 62편 5-7절 5 나의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라. 무릇 나의 소망이 그로부터 나오는도다. 6 오직 그만이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원이시요, 나의 요새이시니, 내가 흔들리지 아니하리로다.7 그의 구원과 영광이 하나님께 있음이여, 내 힘의 반석과 피난처도 하나님께 있도다. 아멘. 나의 피난처가 되시는 주님, 고개 들어 주님을 바라봅니다. 입을 열어 나직이 ‘주님’하고 불러봅니다. 주님의 시선이 머무르고 있는 이 예배의 자리가 세상 가장 따뜻한 피난처입니다. 주님의 눈물자국이 묻어 있는 십자가 그늘 밑이 세상 가장 안전한 곳입니다. 이 영광스러운 자리로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주님, 그러나 지난 한 주간 나의 중심은 여지없이..